MBL 1531 시디피입니다.
실물사진입니다.
알루미늄 절삭가공의 중량급샤시에 탑로딩방식의 필립스 최고급 PRO 2 드라이브 메커니즘을 장착한 MBL의 상급 시디피입니다.
동사의 상급 분리형 조합에 버금가는 내부 설계구조와 파워서플라이, 아나로그 출력부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톱그래이드급 메커니즘의 충실한 정보량과 중심을 낮춘 깊이있는 음장 형성, 그리고 여유있게 스케일을 재현하는 품위있고 매력적인 음을 들을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리모컨, 스테빌라이저와 트레이부가 새롭게 설계된 후기형입니다.
정식수입 220볼트, 상태 극상입니다.
판매가는 송료포함 480만원이고 다른제품과 절충교환 가능합니다.
광주지역 직거래 가능하고 전국택배 가능합니다.
010-8615-1858
poohlover4364@hanmail.net
MBL 1531 CD플레이어
애호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불현듯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보급형 프로젝터의 화질이 PDP보다 좋은가 봐요.”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깨달았고 바로 의견을 정정했다. “그렇습니다. 프로젝터의 계조가 PDP보다 풍부하므로 더욱 화질이 좋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잠시 PDP의 가격과 세련됨과 럭셔리의 상징에 최면이 걸린 것이다. 사실 직시형으로서 PDP는 밝기나 해상도에서 좋은 특성을 나타내지만 흑의 표현이나 계조의 다이나믹함에서는 웬만한 프로젝터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CD플레이어와 같은 소스 기기의 성능을 판단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청음자는 출력의 게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 특정 대역에서 부풀어오르는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기 쉽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설계자가 의도한 튜닝의 결과라면 속았거나 현혹되었다고 말하는 것조차 애매하게 된다. 그래서 소스 기기의 비교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고자 한다면…
MBL의 1531 CD플레이어는 중량급의 머신이다. 그 무게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플래그쉽 바로 아래의 1511 트랜스포트와 1521 D/A 컨버터의 설계 사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단지 특유의 잠수함 해치와도 같은 로딩 장치가 슬라이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슬라이딩 도어의 느낌은 그만이다. 역시 독일제 금속기기의 느낌이 충만하기 그지없다. 계속 열고 닫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오디오는 조작감의 취미임에 틀림없다.
트랜스포트 한대 값으로 성능이 보장된 일체형 CDP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대단한 횡재일 수도 있다. 더구나 공간도 절약되고, 파워 케이블 하나와 디지털 케이블 하나씩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1531을 처음 받아 들고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필자의 깜냥이었다.
디지털 소스 기기는 파워 케이블을 많이 타는 편이다. 1531에 와이어월드 일렉트라와 이클립스 발란스를 물리고 평소에 그리 듣지 않는 타이틀을 주로 올렸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이다. 오디오의 가장 큰 재미이자 독소는 AB테스트라고 필자는 항상 이야기한다. 주지하건대 AB테스트는 사람을 쉽게 피곤하게 만들고 독선을 야기한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방문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했던 래리 칼튼은 총기사고 이후에 커다란 음악적 변화를 가진다. 비로소 블루스의 본궤도로 돌입한 것이다.
그 대표적 앨범이 사파이어 블루인데 그 중 백미는 마지막 트랙의 Take me down이다. 미시시피의 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카랑카랑한 어쿠스틱 기타와 파열하는 듯한 하모니카는 온몸을 전율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1531은 그 디테일을 잘 전달해 준다. 타격감 이라기 보다는 밀려오는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제니퍼 원즈의 The Well은 좀 아쉽다.
이 음반은 고음질로 유명한데, 원즈의 가창력이 다소 빅마우스로 나타나고 후반부의 걸걸한 남자보컬에서 제 맛이 사는데 반해 1531은 빅마우스와는 거리가 멀다. 와디아 861과 마크레빈슨 390의 음색적 차이를 절감하신 분 들께서는 그 차이만큼 390과 1531을 가늠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마크레빈슨 390을 흔히 모범생이라 하는데 1531앞에서는 앞 단추 풀어헤친 터프가이로 돌변한다. Lars Erstrand의 마림바연주는 눈물 나게 감칠맛이 난다.
이 기기는 과연 어떤 기기인가? 만일 와디아의 튼실한 중역대와 마크레빈슨의 서늘한 첼로를 원하신다면 피해야 한다. 필자는 감히 말하건대, MBL의 블렌더들은 자신들의 스피커 101을 염두에 두고 이 기기를 튜닝 하였으리라 확신한다. 린지 4중주단의 하이든 연주는 종달새에서 그 특유의 과장이 폭발하는 음반이다. 치고 나가는 바이올린 밑으로 첼로의 약간 바쁜듯하면서 얼음장 같은 칼질이 내리쳐지는데 그 서늘한 맛이 마약과도 같아서 자주 듣게 되는 음반이다. 그런데 1531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려버린다. 갑자기 퍼져 나가는 무대 ? 음악을 듣고 있는 거실에는 넓은 무대가 나타난다. 스피커는 101의 흉내를 내려는 듯 뽀얀 음의 입자를 방안 구석구석 뿌려대기 시작한다. 곱디고운 선율로 한음한음 정성 들여 연주하는 린지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필요는 없다. 이것이 오디오의 재미이고 매력이다.
우연한 기회에 나만을 위해서 연주하는 현악 4중주단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하이든을 연주했고 나는 수준급의 연주를 2-3미터 앞에서 혼자 감상할 수 있었다. 그 현의 아름다움에 놀랬고,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 모습에 감탄했고 첼로는 그저 단단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놀랬다. 그 전에 오디오와 실연에서의 첼로음의 차이는 극장에서의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 때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건너온 이 비싸고 무겁고 호화스러운 CD플레이어는 무척 자연스럽다. 재즈보다는 현의 재생에 광채가 보이고 일렉트릭기타 보다는 어쿠스틱기타를 보다 아름답게 표현한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특히 고음질의 대편성을 즐기는 이에게는 훌륭한 선택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단, 이 기기의 광활한 해상도와 스케일감은 그에 걸맞은 앰프와 스피커를 강력히 주장하며 전원은 계속 켜 둘 것을 권장한다. 처음 전원을 켜고 적어도 100시간 정도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주지할 것이며 옭죄는 타입의 케이블은 피할 것.(스테레오뮤직)
메커니즘:CD-Pro 2 모듈 , 3빔 레이저, 디지털 서보 프로세싱
D/A 변환부:24비트, 샘플링 주파수 44.1kHz, 1비트 리니어 더블 푸시풀 D/A 컨버터
오버샘플링:128배
S/N비:110dB/112dB
디지털 출력:AES/EBU, S/P-DIF, Toslink 각 1계통
아날로그 출력:XLR, RCA 각 1계통
소비전력:60W(재생), 15W(스탠바이)
크기(WHD):45x17x40cm
무게:20kg
질감과 분위기 위주로 튜닝
하이엔드 기종 사용자들 뿐만 아니라 매스 마켓을 상대로 하는 ‘가전 제품’을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하이파이의 세계로 입문하려는 오디오 초보자들에게도 요즘처럼 소스기기를 구입할 때 고민해야 하는 시절도 다시 있기 힘들 것이다.
CD 플레이어 vs. SACD 플레이어
가장 큰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일반적인 레드북 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아니면 SA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후자를 택하더라도 여전히 선택은 남는다. 그러면 전용 SA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DVD-A와 DVD-V까지 지원하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이런 상황은 전적으로 입장을 통일하지 못한 업계의 탓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우유부단을 탓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쪽은 SACD가 대세다. 본지 1월호에 게재된 채널 클래식스의 사장 야래드 삭스의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SACD 진영 쪽은 자신만만하다. 비록 삭스가 SACD의 멀티채널을 직접 설계할 정도로 한쪽 진영에 발 정도가 아니라 몸 전체를(어쩌면 그의 영혼까지도) 담그고 있는 처지이니만큼 걸러 들을 필요는 있지만 확실히 그의 말대로 창조주인 워너마저 이렇다 할 신보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DVD-A는 ‘갔다’. 하이브리드 SACD를 흉내낸 듀얼 디스크는 플레이어 자체에서 포맷 간 전환이 이루어지는 전자와 달리 디스크 자체를 플레이어에서 꺼내 뒤집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도리어 경쟁자와의 벌어진 간격을 더욱 더 넓혀 놓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자타 공인 세계 최대의 레코드 레이블인 유니버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SACD 출반에 더 열을 올리고 있고, 이름깨나 있는 마이너 레이블들은 거의 모두 SACD 진영에 가담했다. 차세대 포맷 전쟁에서 DVD-A 편을 들었던 몇 안 되는 마이너의 하나였던 타쳇(Tacet)도 자사의 인기작들을 SACD로 내놓음으로써 이제 DVD-A 진영에는 디복스(Divox)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쪽에서는 일본 업체들만이 고군분투하는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니와 마란츠가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에소테릭이 SACD용 VRDS 메커니즘을 일찌감치 개발해 내놓는 등 일본 쪽에서는 SACD 쪽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올인의 분위기지만, 최종적으로 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구미의 하이엔드 업체들의 미온적인 반응은 여전하다. 드문드문 출시되는 SACD 플레이어들은 대개가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비현실적인 가격이고, 이것저것 다 집어넣느라 개개의 성능은 전용기기들보다 확연하게 떨어지는 유니버설 플레이어가 손쉬운 선택의 대상이 되다보니 오디오 동네에는 ‘차세대 포맷 들어보니까 별 것 아니더라’는 나름의 근거가 있는 소문만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만한 가격의 레드북 전용 CD 플레이어를 내놓은 mbl의 배짱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mbl의 ‘중가’대(물론 독일 하이엔드를 대표하는 mbl이니만치 중가라고 해도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라인인 ‘노블’ 라인에 속하는 1531은 5011 프리앰프, 121 스피커와 함께 회사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기기다.
쓸 만한 신품 트랜스포트를 찾기 힘든 시장상황 때문인지 mbl의 트랜스포트는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1531에는 상급의 분리형 시스템에 적용된 기술들이 고스란히 투입되었다. 필립스의 메커니즘을 선호해왔던 mbl답게 본기에도 필립스 메커니즘이 채용되었는데 현존하는 CD 플레이어 메커니즘 중 가장 우수한 것의 하나로 칭송받는 Pro 2 모듈이 장착되었다. 음에 살집이 붙으면서도 기름기가 있다기보다는 소릿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이 메커니즘은 본기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비트 리니어 칩을 더블 푸시풀로 구성한 D/A 변환부는 동사의 D/A 컨버터 1611D와 1511D에 적용되었던 기술. 다른 점이 있다면 1611D와 1511D가 샘플링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에 비해 본기는 CD의 기본 샘플링 주파수인 44.1kHz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 이중실드된 토로이달형 트랜스에 10개로 이루어진 별도의 정류단을 갖춘 전원부 구성도 상급기에 적용되었던 것.
스펙만 놓고 보면 천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상급기에 적용된 기술이 모두 투입된 ‘가격대 성능비가 탁월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밝혀둘 것이 있는데, 필자가 얼마 전 BAT 사의 VK-5i에서 국내 업체인 에이프릴뮤직의 A1으로 프리앰프를 교체했다는 사실이다. 수준급의 하이파이 기기들이 흔히 그렇듯이 신품으로 구입한 A1 프리는 한동안 초점이 안 맞는 맹한 소리와 흐린 초점으로 필자의 애를 태웠고, 일세를 풍미한 명기 5i를 처분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기를 먹고 또 먹으면서 A1 프리의 소리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졌고, 에이프릴뮤직의 앰프나 소스 기기들이 스피커도 아닌 주제에 1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다는 세간의 평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전술한 단점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5i에 비해 넓어진 대역폭과 중립적인 특성 때문에 필자가 사용하는 소스 기기인 에소테릭의 DV-50의 CD 플레이어부가 이전에 사용하던 린의 이케미에 비해 무기질적이라는 점을 곱십고 있던 시점에 들어온 1531은 아직 설익은 A1 프리를 포함해 시스템 전체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불만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었다.
음반들을 들어보면서 1531의 고유한 특성과 이 CD 플레이어가 필자의 과도기에 처한 필자의 시스템을 어떻게 치유했는지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페라이어의 쇼팽 리사이틀 앨범(SONY SK 64 399). 그라모폰 수상작인 이 앨범은 유독 손가락에 생긴 병으로 활동의 정점에서 은퇴해야만 했던 피아니스트가 많은 미국 피아니스트들 명단에 이름을 올릴 뻔 했던 페라이어의 재기작. ‘천국에서나 들을 수 있는 리사이틀 앨범’이라는 그라모폰의 찬사는 과장이 아니라 투병 이후 더욱 원숙해진 페라이어의 음악성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묘사다. 수록곡 모두가 쇼팽의 피아니즘을 절묘하게 살려낸 명연이며, 발라드 곡집은 호로비츠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페라이어가 그에게서 어떤 점들을 익혔는지를 알게 해주는, 즉흥시와도 같은 자유분방함과 엄밀한 서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연주다. CD의 음향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SBM 기술이 적용된 녹음은 지금 들어도 뛰어나다. 최근의 우수 녹음에 비하면 해상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녹음에서 들을 수 있는 부드러움은 이전의 디지털 녹음에서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프리를 A1으로 들이면서 소리가 약간 번지는 것처럼 들려서 녹음연도가 94년이니 이 녹음도 결국 세월의 무게에는 견뎌내지 못하는 건가라는 필자의 탄식은 1531을 물리자 감탄으로 바뀌었다. 소리의 번짐은 윤기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음상이 착 가라앉으면서 악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음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음반의 녹음특성에 윤기를 더하다
최근의 피아노 녹음 중 단연 뛰어난 것의 하나인 우치다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집을 꺼내서 들어보았다. 빈의 뮤직 페라인잘에서 녹음된 이 시리즈는 보수적인 빈 청중들이(빈 필은 아직도 여성단원을 두지 않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일본 여류’ 피아니스트 우치다의 연주도 뛰어나지만, 피아니스트가 이 음반을 프로듀서인 에릭 스미스에게 바친다고 공언할 정도로 뮤직 페라인잘의 뛰어난 음향을 최대한 활용한 녹음도 일품이다. 그 중 골라든 것은 피아노 소나타 D.568과 ‘악흥의 순간’ D.780이 수록된 하이브리드 SACD(Philips 4706032). 스타인웨이와 뮤직 페라인잘의 조합이라면 스타인웨이와 카네기 홀의 조합만큼이나 실패하기가 더 힘든 조건이니만큼 따스하고 밀도가 높은 피아노 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음색의 풍윤함은 연주 홀과 녹음의 우수성에 크게 힘입고 있는데 여기에 딱 필요한 만큼의 잔향이 추가되고 있어서 온도감의 상승과 음의 입체적인 느낌도 향상시키고 있다. 아마도 이 음반을 듣게 되면 우치다의 다른 슈베르트 피아노 음반들도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1531은 전술한 바 있는 이 음반의 녹음 특성에 윤기를 더해준다. 이것은 표면에만 자르르 도는 광택이나 느끼한 기름기와는 다른 기기 자체가 지닌 덕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31의 소리가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상당 부분 여기서 기인한다.
필자가 본지 12월호에 리뷰한 판돌포의 크로스오버 음반 (Glossa Platinum GCD P30407)는 필자 개인적으로 올해의 앨범으로 꼽고 있는데, 가장 대중 친화적인 두 번째 트랙 ‘알바니아인’을 들어보았다. 센터 스피커를 채용함으로써 하이엔드 2채널을 능가하는 정위감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멀티채널 애호가들의 주장을 보기 좋게 배신하며, 제 자리를 잡은 악기들 사이로 보컬은 정확하게 가운데에 위치한다. 곡 자체가 차분한 분위기지만 하이엔드 기기와 하급 기종들을 구분 짓는 가장 큰 능력의 하나인 정숙성은 곡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판돌포의 형제인 안드레아 판돌포의 트럼펫이 민감하기로는 견줄 상대가 없을 정도의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 만큼이나 섬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다음은 피에르 불레즈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중 ‘마왕 카스체이와 부하들의 흉악한 춤’(DG 437-850-2). 오케스트라 전체가 사정없이 날뛰는, 녹음하는 쪽이나 재생하는 쪽이나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곡이다. DG의 4D 녹음 중 가장 호평 받았던 것이지만 수준 이하의 시스템에서는 전체적으로 음색이 거칠고 투티에서 사정없이 세부가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사정없이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mbl이 1531을 해상력 위주의 현대적 감각이 아니라 질감과 분위기 위주로 튜닝했다는 것이 이 곡의 재생을 통해 확인된다. 악보를 X레이로 투사하는 듯하다는 평을 받는 불레즈의 해석 자체가 이미 충분한 해상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곡에서 악기 하나하나를 집어내는 하이엔드의 맛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도 1531은 관중석에서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통합체로 조망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아마도 이런 고가의 기기로 필자가 마지막으로 들어 본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를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래쉬 메탈의 새 장을 연 이들을 대표하는 이 곡을 1531은 여전히 점잖게 들려주는 바람에, 이 장르 특유의 스피드감과 거친 음색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카펜터즈나 사이먼 앤 가펑클 같은 올드 팝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절로 몸을 소파에 푹 기대게 만드는 푸근한 음을 들려주었지만 말이다.
오디오는 유물론의 세계에 머문다
결론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모처럼 등장한 탁월한 가격대 성능비(?)를 지닌 CD 플레이어가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기에는 ‘당신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차세대 포맷보다는 그동안 모아 놓은 CD를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이라는 또 하나의 유보조건이 붙는다. 필자가 지난 호에 리뷰한 이반 피셔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음반(Channel Classics CCS SA 21704)을 번갈아 비교해 본 결과 1531은 절반 이하인 DV-50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오디오는 기본적으로 유물론의 세계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차세대 포맷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당분간 DV-50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레드북 CD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mbl의 이 ‘중간가격대’ CD 플레이어를 들여앉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실물사진입니다.
알루미늄 절삭가공의 중량급샤시에 탑로딩방식의 필립스 최고급 PRO 2 드라이브 메커니즘을 장착한 MBL의 상급 시디피입니다.
동사의 상급 분리형 조합에 버금가는 내부 설계구조와 파워서플라이, 아나로그 출력부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톱그래이드급 메커니즘의 충실한 정보량과 중심을 낮춘 깊이있는 음장 형성, 그리고 여유있게 스케일을 재현하는 품위있고 매력적인 음을 들을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리모컨, 스테빌라이저와 트레이부가 새롭게 설계된 후기형입니다.
정식수입 220볼트, 상태 극상입니다.
판매가는 송료포함 480만원이고 다른제품과 절충교환 가능합니다.
광주지역 직거래 가능하고 전국택배 가능합니다.
010-8615-1858
poohlover4364@hanmail.net
MBL 1531 CD플레이어
애호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불현듯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보급형 프로젝터의 화질이 PDP보다 좋은가 봐요.”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깨달았고 바로 의견을 정정했다. “그렇습니다. 프로젝터의 계조가 PDP보다 풍부하므로 더욱 화질이 좋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잠시 PDP의 가격과 세련됨과 럭셔리의 상징에 최면이 걸린 것이다. 사실 직시형으로서 PDP는 밝기나 해상도에서 좋은 특성을 나타내지만 흑의 표현이나 계조의 다이나믹함에서는 웬만한 프로젝터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CD플레이어와 같은 소스 기기의 성능을 판단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청음자는 출력의 게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 특정 대역에서 부풀어오르는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기 쉽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설계자가 의도한 튜닝의 결과라면 속았거나 현혹되었다고 말하는 것조차 애매하게 된다. 그래서 소스 기기의 비교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고자 한다면…
MBL의 1531 CD플레이어는 중량급의 머신이다. 그 무게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플래그쉽 바로 아래의 1511 트랜스포트와 1521 D/A 컨버터의 설계 사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단지 특유의 잠수함 해치와도 같은 로딩 장치가 슬라이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슬라이딩 도어의 느낌은 그만이다. 역시 독일제 금속기기의 느낌이 충만하기 그지없다. 계속 열고 닫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오디오는 조작감의 취미임에 틀림없다.
트랜스포트 한대 값으로 성능이 보장된 일체형 CDP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대단한 횡재일 수도 있다. 더구나 공간도 절약되고, 파워 케이블 하나와 디지털 케이블 하나씩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1531을 처음 받아 들고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필자의 깜냥이었다.
디지털 소스 기기는 파워 케이블을 많이 타는 편이다. 1531에 와이어월드 일렉트라와 이클립스 발란스를 물리고 평소에 그리 듣지 않는 타이틀을 주로 올렸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이다. 오디오의 가장 큰 재미이자 독소는 AB테스트라고 필자는 항상 이야기한다. 주지하건대 AB테스트는 사람을 쉽게 피곤하게 만들고 독선을 야기한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방문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했던 래리 칼튼은 총기사고 이후에 커다란 음악적 변화를 가진다. 비로소 블루스의 본궤도로 돌입한 것이다.
그 대표적 앨범이 사파이어 블루인데 그 중 백미는 마지막 트랙의 Take me down이다. 미시시피의 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카랑카랑한 어쿠스틱 기타와 파열하는 듯한 하모니카는 온몸을 전율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1531은 그 디테일을 잘 전달해 준다. 타격감 이라기 보다는 밀려오는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제니퍼 원즈의 The Well은 좀 아쉽다.
이 음반은 고음질로 유명한데, 원즈의 가창력이 다소 빅마우스로 나타나고 후반부의 걸걸한 남자보컬에서 제 맛이 사는데 반해 1531은 빅마우스와는 거리가 멀다. 와디아 861과 마크레빈슨 390의 음색적 차이를 절감하신 분 들께서는 그 차이만큼 390과 1531을 가늠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마크레빈슨 390을 흔히 모범생이라 하는데 1531앞에서는 앞 단추 풀어헤친 터프가이로 돌변한다. Lars Erstrand의 마림바연주는 눈물 나게 감칠맛이 난다.
이 기기는 과연 어떤 기기인가? 만일 와디아의 튼실한 중역대와 마크레빈슨의 서늘한 첼로를 원하신다면 피해야 한다. 필자는 감히 말하건대, MBL의 블렌더들은 자신들의 스피커 101을 염두에 두고 이 기기를 튜닝 하였으리라 확신한다. 린지 4중주단의 하이든 연주는 종달새에서 그 특유의 과장이 폭발하는 음반이다. 치고 나가는 바이올린 밑으로 첼로의 약간 바쁜듯하면서 얼음장 같은 칼질이 내리쳐지는데 그 서늘한 맛이 마약과도 같아서 자주 듣게 되는 음반이다. 그런데 1531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려버린다. 갑자기 퍼져 나가는 무대 ? 음악을 듣고 있는 거실에는 넓은 무대가 나타난다. 스피커는 101의 흉내를 내려는 듯 뽀얀 음의 입자를 방안 구석구석 뿌려대기 시작한다. 곱디고운 선율로 한음한음 정성 들여 연주하는 린지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필요는 없다. 이것이 오디오의 재미이고 매력이다.
우연한 기회에 나만을 위해서 연주하는 현악 4중주단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하이든을 연주했고 나는 수준급의 연주를 2-3미터 앞에서 혼자 감상할 수 있었다. 그 현의 아름다움에 놀랬고,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 모습에 감탄했고 첼로는 그저 단단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놀랬다. 그 전에 오디오와 실연에서의 첼로음의 차이는 극장에서의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 때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건너온 이 비싸고 무겁고 호화스러운 CD플레이어는 무척 자연스럽다. 재즈보다는 현의 재생에 광채가 보이고 일렉트릭기타 보다는 어쿠스틱기타를 보다 아름답게 표현한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특히 고음질의 대편성을 즐기는 이에게는 훌륭한 선택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단, 이 기기의 광활한 해상도와 스케일감은 그에 걸맞은 앰프와 스피커를 강력히 주장하며 전원은 계속 켜 둘 것을 권장한다. 처음 전원을 켜고 적어도 100시간 정도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주지할 것이며 옭죄는 타입의 케이블은 피할 것.(스테레오뮤직)
메커니즘:CD-Pro 2 모듈 , 3빔 레이저, 디지털 서보 프로세싱
D/A 변환부:24비트, 샘플링 주파수 44.1kHz, 1비트 리니어 더블 푸시풀 D/A 컨버터
오버샘플링:128배
S/N비:110dB/112dB
디지털 출력:AES/EBU, S/P-DIF, Toslink 각 1계통
아날로그 출력:XLR, RCA 각 1계통
소비전력:60W(재생), 15W(스탠바이)
크기(WHD):45x17x40cm
무게:20kg
질감과 분위기 위주로 튜닝
하이엔드 기종 사용자들 뿐만 아니라 매스 마켓을 상대로 하는 ‘가전 제품’을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하이파이의 세계로 입문하려는 오디오 초보자들에게도 요즘처럼 소스기기를 구입할 때 고민해야 하는 시절도 다시 있기 힘들 것이다.
CD 플레이어 vs. SACD 플레이어
가장 큰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일반적인 레드북 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아니면 SA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후자를 택하더라도 여전히 선택은 남는다. 그러면 전용 SACD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DVD-A와 DVD-V까지 지원하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를 살 것인가.
이런 상황은 전적으로 입장을 통일하지 못한 업계의 탓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우유부단을 탓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쪽은 SACD가 대세다. 본지 1월호에 게재된 채널 클래식스의 사장 야래드 삭스의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SACD 진영 쪽은 자신만만하다. 비록 삭스가 SACD의 멀티채널을 직접 설계할 정도로 한쪽 진영에 발 정도가 아니라 몸 전체를(어쩌면 그의 영혼까지도) 담그고 있는 처지이니만큼 걸러 들을 필요는 있지만 확실히 그의 말대로 창조주인 워너마저 이렇다 할 신보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DVD-A는 ‘갔다’. 하이브리드 SACD를 흉내낸 듀얼 디스크는 플레이어 자체에서 포맷 간 전환이 이루어지는 전자와 달리 디스크 자체를 플레이어에서 꺼내 뒤집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도리어 경쟁자와의 벌어진 간격을 더욱 더 넓혀 놓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자타 공인 세계 최대의 레코드 레이블인 유니버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SACD 출반에 더 열을 올리고 있고, 이름깨나 있는 마이너 레이블들은 거의 모두 SACD 진영에 가담했다. 차세대 포맷 전쟁에서 DVD-A 편을 들었던 몇 안 되는 마이너의 하나였던 타쳇(Tacet)도 자사의 인기작들을 SACD로 내놓음으로써 이제 DVD-A 진영에는 디복스(Divox)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쪽에서는 일본 업체들만이 고군분투하는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니와 마란츠가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에소테릭이 SACD용 VRDS 메커니즘을 일찌감치 개발해 내놓는 등 일본 쪽에서는 SACD 쪽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올인의 분위기지만, 최종적으로 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구미의 하이엔드 업체들의 미온적인 반응은 여전하다. 드문드문 출시되는 SACD 플레이어들은 대개가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비현실적인 가격이고, 이것저것 다 집어넣느라 개개의 성능은 전용기기들보다 확연하게 떨어지는 유니버설 플레이어가 손쉬운 선택의 대상이 되다보니 오디오 동네에는 ‘차세대 포맷 들어보니까 별 것 아니더라’는 나름의 근거가 있는 소문만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만한 가격의 레드북 전용 CD 플레이어를 내놓은 mbl의 배짱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mbl의 ‘중가’대(물론 독일 하이엔드를 대표하는 mbl이니만치 중가라고 해도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라인인 ‘노블’ 라인에 속하는 1531은 5011 프리앰프, 121 스피커와 함께 회사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기기다.
쓸 만한 신품 트랜스포트를 찾기 힘든 시장상황 때문인지 mbl의 트랜스포트는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1531에는 상급의 분리형 시스템에 적용된 기술들이 고스란히 투입되었다. 필립스의 메커니즘을 선호해왔던 mbl답게 본기에도 필립스 메커니즘이 채용되었는데 현존하는 CD 플레이어 메커니즘 중 가장 우수한 것의 하나로 칭송받는 Pro 2 모듈이 장착되었다. 음에 살집이 붙으면서도 기름기가 있다기보다는 소릿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이 메커니즘은 본기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비트 리니어 칩을 더블 푸시풀로 구성한 D/A 변환부는 동사의 D/A 컨버터 1611D와 1511D에 적용되었던 기술. 다른 점이 있다면 1611D와 1511D가 샘플링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에 비해 본기는 CD의 기본 샘플링 주파수인 44.1kHz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 이중실드된 토로이달형 트랜스에 10개로 이루어진 별도의 정류단을 갖춘 전원부 구성도 상급기에 적용되었던 것.
스펙만 놓고 보면 천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상급기에 적용된 기술이 모두 투입된 ‘가격대 성능비가 탁월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밝혀둘 것이 있는데, 필자가 얼마 전 BAT 사의 VK-5i에서 국내 업체인 에이프릴뮤직의 A1으로 프리앰프를 교체했다는 사실이다. 수준급의 하이파이 기기들이 흔히 그렇듯이 신품으로 구입한 A1 프리는 한동안 초점이 안 맞는 맹한 소리와 흐린 초점으로 필자의 애를 태웠고, 일세를 풍미한 명기 5i를 처분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기를 먹고 또 먹으면서 A1 프리의 소리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졌고, 에이프릴뮤직의 앰프나 소스 기기들이 스피커도 아닌 주제에 1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다는 세간의 평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전술한 단점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5i에 비해 넓어진 대역폭과 중립적인 특성 때문에 필자가 사용하는 소스 기기인 에소테릭의 DV-50의 CD 플레이어부가 이전에 사용하던 린의 이케미에 비해 무기질적이라는 점을 곱십고 있던 시점에 들어온 1531은 아직 설익은 A1 프리를 포함해 시스템 전체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불만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었다.
음반들을 들어보면서 1531의 고유한 특성과 이 CD 플레이어가 필자의 과도기에 처한 필자의 시스템을 어떻게 치유했는지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페라이어의 쇼팽 리사이틀 앨범(SONY SK 64 399). 그라모폰 수상작인 이 앨범은 유독 손가락에 생긴 병으로 활동의 정점에서 은퇴해야만 했던 피아니스트가 많은 미국 피아니스트들 명단에 이름을 올릴 뻔 했던 페라이어의 재기작. ‘천국에서나 들을 수 있는 리사이틀 앨범’이라는 그라모폰의 찬사는 과장이 아니라 투병 이후 더욱 원숙해진 페라이어의 음악성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묘사다. 수록곡 모두가 쇼팽의 피아니즘을 절묘하게 살려낸 명연이며, 발라드 곡집은 호로비츠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페라이어가 그에게서 어떤 점들을 익혔는지를 알게 해주는, 즉흥시와도 같은 자유분방함과 엄밀한 서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연주다. CD의 음향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SBM 기술이 적용된 녹음은 지금 들어도 뛰어나다. 최근의 우수 녹음에 비하면 해상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녹음에서 들을 수 있는 부드러움은 이전의 디지털 녹음에서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프리를 A1으로 들이면서 소리가 약간 번지는 것처럼 들려서 녹음연도가 94년이니 이 녹음도 결국 세월의 무게에는 견뎌내지 못하는 건가라는 필자의 탄식은 1531을 물리자 감탄으로 바뀌었다. 소리의 번짐은 윤기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음상이 착 가라앉으면서 악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음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음반의 녹음특성에 윤기를 더하다
최근의 피아노 녹음 중 단연 뛰어난 것의 하나인 우치다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집을 꺼내서 들어보았다. 빈의 뮤직 페라인잘에서 녹음된 이 시리즈는 보수적인 빈 청중들이(빈 필은 아직도 여성단원을 두지 않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일본 여류’ 피아니스트 우치다의 연주도 뛰어나지만, 피아니스트가 이 음반을 프로듀서인 에릭 스미스에게 바친다고 공언할 정도로 뮤직 페라인잘의 뛰어난 음향을 최대한 활용한 녹음도 일품이다. 그 중 골라든 것은 피아노 소나타 D.568과 ‘악흥의 순간’ D.780이 수록된 하이브리드 SACD(Philips 4706032). 스타인웨이와 뮤직 페라인잘의 조합이라면 스타인웨이와 카네기 홀의 조합만큼이나 실패하기가 더 힘든 조건이니만큼 따스하고 밀도가 높은 피아노 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음색의 풍윤함은 연주 홀과 녹음의 우수성에 크게 힘입고 있는데 여기에 딱 필요한 만큼의 잔향이 추가되고 있어서 온도감의 상승과 음의 입체적인 느낌도 향상시키고 있다. 아마도 이 음반을 듣게 되면 우치다의 다른 슈베르트 피아노 음반들도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1531은 전술한 바 있는 이 음반의 녹음 특성에 윤기를 더해준다. 이것은 표면에만 자르르 도는 광택이나 느끼한 기름기와는 다른 기기 자체가 지닌 덕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31의 소리가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상당 부분 여기서 기인한다.
필자가 본지 12월호에 리뷰한 판돌포의 크로스오버 음반 (Glossa Platinum GCD P30407)는 필자 개인적으로 올해의 앨범으로 꼽고 있는데, 가장 대중 친화적인 두 번째 트랙 ‘알바니아인’을 들어보았다. 센터 스피커를 채용함으로써 하이엔드 2채널을 능가하는 정위감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멀티채널 애호가들의 주장을 보기 좋게 배신하며, 제 자리를 잡은 악기들 사이로 보컬은 정확하게 가운데에 위치한다. 곡 자체가 차분한 분위기지만 하이엔드 기기와 하급 기종들을 구분 짓는 가장 큰 능력의 하나인 정숙성은 곡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판돌포의 형제인 안드레아 판돌포의 트럼펫이 민감하기로는 견줄 상대가 없을 정도의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 만큼이나 섬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다음은 피에르 불레즈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중 ‘마왕 카스체이와 부하들의 흉악한 춤’(DG 437-850-2). 오케스트라 전체가 사정없이 날뛰는, 녹음하는 쪽이나 재생하는 쪽이나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곡이다. DG의 4D 녹음 중 가장 호평 받았던 것이지만 수준 이하의 시스템에서는 전체적으로 음색이 거칠고 투티에서 사정없이 세부가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사정없이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mbl이 1531을 해상력 위주의 현대적 감각이 아니라 질감과 분위기 위주로 튜닝했다는 것이 이 곡의 재생을 통해 확인된다. 악보를 X레이로 투사하는 듯하다는 평을 받는 불레즈의 해석 자체가 이미 충분한 해상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곡에서 악기 하나하나를 집어내는 하이엔드의 맛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도 1531은 관중석에서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통합체로 조망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아마도 이런 고가의 기기로 필자가 마지막으로 들어 본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를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래쉬 메탈의 새 장을 연 이들을 대표하는 이 곡을 1531은 여전히 점잖게 들려주는 바람에, 이 장르 특유의 스피드감과 거친 음색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카펜터즈나 사이먼 앤 가펑클 같은 올드 팝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절로 몸을 소파에 푹 기대게 만드는 푸근한 음을 들려주었지만 말이다.
오디오는 유물론의 세계에 머문다
결론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모처럼 등장한 탁월한 가격대 성능비(?)를 지닌 CD 플레이어가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기에는 ‘당신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차세대 포맷보다는 그동안 모아 놓은 CD를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이라는 또 하나의 유보조건이 붙는다. 필자가 지난 호에 리뷰한 이반 피셔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음반(Channel Classics CCS SA 21704)을 번갈아 비교해 본 결과 1531은 절반 이하인 DV-50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오디오는 기본적으로 유물론의 세계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차세대 포맷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당분간 DV-50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레드북 CD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mbl의 이 ‘중간가격대’ CD 플레이어를 들여앉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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