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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왜 비싸지는가? (출처 에이프릴 뮤직)

아르페지오 오디오샵 2010. 9. 9. 18:59


우리가 흔히 HiFi기기라고 이야기하면, 보통사람들은 모른다.
라디오...정도면 모를까? 오디오까지도 알 것이다. 아니, 전축이라고 하면 더 가깝게
느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파이라는 단어를 아는 것 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들은 보통은 아니다.
조금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오디오가 아닌, 음악을 제대로 재생하는 HiFi의 뜻을 이해하고, 그것이 추구하는
시장에 순응하고, 또 가끔 여유가 되면 기기도 바꿈질 해 가면서 살아가는 HiFi의 신봉자들,
Audiophile이라고도 한다.

오디오파일들은 좀 특이한 집단이다.
우선은 음악이라는 것을 각자의 방법에 따라 해석하고 접근하고 즐길 줄 아는 묘한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 놓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일 것이다.

이 음악을 향한 사랑의 도구로서 '오디오' (그것도 제대로 만들어진) 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단촐한 Quad의 조합이던, 아니면 수억 대의 Goldmund의 조합이던 오디오파일들이
가지는 음에 대한 정의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고 칼날 같다.

요즘 오디오가 비싸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오디오는 언제나 비쌌다.
적어도 하이파이용으로 만들어진 오디로는 때론 집 한 채 값이었다.
오히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더욱 싸고 좋은 오디오들이 많아서 더 오디오 하기가 좋은
시절인지도 모른다.
제조회사도 엄청나게 많고 물건도 엄청나게 많다.
바로 이것이 구매자를 혼돈 속으로 빠뜨리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비싸졌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전같이 몇 회사에 몇 브랜드만 통하던 시절에는
입문은 McIntosh에 JBL 무슨 model, 그 다음 업그레이드는 어떤 어떤 것....
그래서 오디오가게가 찾아가는 비용은 얼마 정도...모두가 잘 살고 잘 돌아갔다.
허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
요즘은 오디오의 종류가 많아져서, 보다 많은 정보의 전달과 공유가 필수이다.
여기에다 약간의 뒷받침을 해 본다면 이른바 잘 알려진 리뷰어 등에 의한 좋은 리뷰가
필히 따라와야 한다.
그리고 물론 그에 맞는 광고가 노출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부분의 공산품은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오디오는 그 반대로
비싸진다. 아주 싼 가격에 저질의 오디오는 이미 오디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장벽의 붕괴, DIY 자작파가 아닌 업체의 복각 바람속에 원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엔드 제조업체들의 돌파구는 단 한가지뿐 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높은 가격의 책정 및 그를 정당화하기 위한 과감한 (?) 제조/광고비의 투자이다.
가격이 알려진 100개를 파느니, 잘 안팔려도 신기루 같은 것으로 5개를 팔아도 가격만
높게 친다면 그것이 더 나은 길이라는 것을 모든 제조사들이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가격은 기본시스템이 2천에서 좀 올라간다 치면 억을 훌쩍 넘는다.

나는 이 시장이 지금 얼마나 살아 숨쉬는지 솔직히 모른다.
물론 보다 합리적인 시장을 찾아 끊임없이 변화할 것은 물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고가화와 초저가화의 경향은 이미 패션이다.

그런데, 여기에 웃지 못할 또 하나의 시장이 생겨났다
바로 악세사리 시장이다.
오디오를 떠 받치는 주변의 장치들을 일컫는 악세사리라는 단어는 이미 악세사리가 아니다.
케이블, 랙, 받침대, 기타 룸 튜닝재, 전원장치등.....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물건들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만원 단위가 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얼마전엔 2700만원 짜리 스피커 케이블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딱 0 하나만 빼면
살만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물론 나는 그래도 구입을 할 능력이 안된다).

이러한 악세서리 시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 앰프가 몇 억인고로, 적어도 케이블은 몇 천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내 앰프가 몇 억인 것은 몇 억이고, 그것에 맞는 케이블은 몇 만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몇 십만원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오디오를 처음엔 자그맣게 시작했다가 불이 붙은 것인지, 지름신이 씐것인지
짧은 기간에 수천만원대의 시스템과 악세사리를 갖추고도 매일 밤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이제부터 가야 할 재미있는 길들이 많고도 많은데 말이다.....

정리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하이파이 오디오는 비쌀 수 밖에 없다. 메인컴포넌트이건 악세사리이건.
물론 상대적이다.
20만원짜리 컴포넌트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의 눈에 500만원짜리 CDP를 사는 사람들이
제 정신으로 비쳐지겠는가?
그러나, 그림을 모르는 자에게는 이중섭도 피카소도 종이 위에 그림 끄적인 사람으로만
각인될뿐.
오디오라고 무엇이 다르랴!

오디오는 산속에 감추어 놓은 나만의 샘물같이 아껴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떠서 나누어주면서 천천히 즐겨나가야 하는 정말 아름다운 취미이다.
피곤한 몸을 샤워로 풀고, 간단한 저녁과 가족들과의 담소, 그리고 홀로 앉아
와인을 반잔정도 곁들이면서 샤콘느를 들어보시라.
안드레아 보첼리를 들어보시라.
때론 말러 5번을 들어보시라.

작고 보잘 것 없는 스테레오라도 잘만 세팅되어 있으면 상상할 수 없는 감동을 선물로
줄것이다.
수억짜리 시스템이라도 그저 대충 세팅해 놓으면 두어곡 들으면 질리게 되어 있다.

잘 세팅한다는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연주장의 무대를 재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것은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그려진 소리를 들어가면서 하나 하나 재생하며,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오디오는 - 하이파이는- 대체적으로 비싸다.
그러나 비싸다고 생각되는 그런 오디오는 사지 않으면 된다.
비싼 줄 알면서도 사보려고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지나치면 욕심이다.
들어보지 않고, 제대로 세팅되지 않은 오디로를 듣고 어떻게 그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긴 요즘도 전화 한통화로 오디오를 주문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한다.

물론, 과다하게 책정된 금액만 아니라면, 아무리 비싸도 비싼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오디오의 가격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다.

보시라! 왜 오디오파일들이 떠나가는 지를......

가격때문에,
사지 않을 것이면 말아라는 식의 툭 내뱉는 대응에,
음악을 사랑하여 자그마한 출발용 오디오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그냥 포기하고 쉬운길로
가버리고 있는 것이다.

잘 사는 나라는 무엇이 다를까?
선진국은 무엇이 다를까?
음악 좀 들을 줄 안다는 나라의 오디오파일들은 무엇이 다를까?
그들 중의 대부분은 간촐한 엔트리 레벨의 오디오를 듣거나 Mid-Fi등에 만족하며
잘 듣는다.
우리나라 처럼 엄청난 재력을 오디오와 악세사리에 집어넣는 민족은 드물다.
하기야 일본, 대만과 비교하면 아직 모자란 감도 있지만....

이렇기에, 세계의 시장이 대한민국을 주목함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세계시장에 대하여 충분하게 요구할 수 있는 자격조차 있다.
더 이상 우리에게 비싸게 팔지 말라고 말이다.

오디오가 한국에서 비싼 이유는 한국의 오디오파일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현재 비싼 오디오와 전쟁중이다.
그 전쟁의 패자는 늘 소비자일 뿐이다.
그 소비자가 (오디오파일이) 한번 패할 때 마다,
다친 마음은 다른 방향을 기웃거리게 되고
시장은 좁아지고
가격은 올라가고
결국 모두 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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