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on the 23rd of July, 2010
나는 시스템을 튜닝할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몇 장의 CD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듣는 것은 피아노곡.
에밀 길렐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주로 들었었는데, 녹음이 잘 된 피아노 곡은
아무것을 사용해도 그리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피아노는 피아노일 뿐이다.
피아노는 7 옥타브를 커버하는 넓은 대역을 가진 악기이면서, 그 위 아래로 소위 '울림'이라는
오버톤이 존재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피아노의 연주를 들으면 오디오기기의 잘 잘못을 가장
빨리 캐치해 낼 수 있다.
두번째로 사용하는 음반은 Norah Jones의 음반이다.
원래는 Sure thing이라는 Sylvia Mcnair의 음반을 사용하였었는데 (스테레오파일잡지에서도
오랜 기간동안 이 음반을 레퍼런스로 사용했었다), 마크 레빈슨과 3년여를 같이 일을 하면서
Norah Jones의 곡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마크 레빈슨에 의하면 여성보컬과 피아노, 베이스등의 반주가 가장 정확하고도 음악적으로 녹음된
것 중 하나가 노라 존스의 음반이라고 한다.
특히 노라 존스의 목소리에서 쏘지 않으면서도 호소력있는 비음의 매력이 울려나오면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오디오라는 것이다.
디지털의 약점이 가장 취약적으로 드러나는 음반이 노라존스의 음반들이다. 녹음이 뛰어난 만큼
밸런스가 틀어진 오디오로 재생했을때 때론 째지게 들리거나, 때론 목을 약간 짜는 듯 들리거나, 때론 약간의 허스키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잘 연주되고 잘 녹음된 음반을 듣지 않고서...오디오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몇 종의 음반을 듣고 나면 사실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피아노는 다이내믹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대적인 다이내믹은 오디오에서 없어서는 아니될 항목이다.
이를 위하여는 두가지의 다이내믹 테스트 음반을 사용한다. 하나는 드럼연주를 매우 가까운
마이크로 녹음한 것과 또 다른 하나는 Full Orchestra의 다이내믹 재연이다.
드럼의 경우, 바로 앞에서 힘이 좋은 드러머가 타격하는 덤덤이나 스네어의 사운드레벨은
115dB를 오르락 거린다. 쉽게 이야기하면 엄청나게 큰 사운드라는 이야기이다. 바로 앞에서 들으면 고막에 상당한 프레셔가 가해지는 그런 레벨이다.
반면, 오케스트라에서의 큰북을 바로 앞에서 들어보면 사실 드럼의 그것 보다는 크게 들리지는
않는다. 물론 깊고 넓게는 들린다.
그 이유는 음이 얼마나 빨리 솟구쳤다가 사라지는가를 뜻하는 것의 차이이다.
잘 녹음된 드럼을 재생해 보면, 스피커의 아래 위의 극한을 볼 수 있다.
빠른 킥 드럼에서 깊이 내려가면서도 별로 번지지 않는 재연, 윗쪽으로는 하이햇의 디테일이나
심벌즈의 아주 작은 약음등이 세밀하게 재연되어야 한다.
좋은 오디오는 이런 드럼의 아래 위를 실연 그대로 재연한다.
조금 떨어지는 오디오는 그냥 대충 재연한다.
나쁜 오디오는 아예 다른 종류의 드럼사운드를 내던지, 소리의 양감 자체가 오버되게 (가령 킥 드럼이 무슨 큰 북소리를 내듯...) 재생한다.
이런 오디오보다는 차라리 대충 재연해 주는 보통의 오디오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듣는 Full Orchestra는 녹음이 정말 잘 된 심포니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데, 모든 악기들이 다 들려야 하며, 그 악기들의 음색을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원 악보를 펼쳐놓고 악기마다의 소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단, 이때 지휘자에 따라 악관편성이
다르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녹음된 사이즈에 따라 청취자의 위치가 느껴져야 (Depth) 한다.
어떤 녹음은 파트별로 너무 가까이 마이크를 대어 시원하게는 들리지만, 자칫 깊이감이나
스테이징 (무대감)이 덜 들리게 되고 오래 듣기 시끄럽게 들릴 수 있다.
여러분이 심포니를 연주장에 가서 들어보면, 원래의 연주장 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포니 홀의 중간열 중간 정도에서의 느낌이 전달될 수 있는 그런 녹음이라면 충분히 여러분의 오디로를
제대로 Evaluation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빼 놓지 않고 해야 할 것은 바이얼린 독주이다.
바이얼린 독주는 4현악기이지만 실제도 들려나오는 음은 수많은 현의 조합으로 울려온다.
따라서 그러한 현의 직접 울림과 통의 울림이 교묘히 조화되어 '결'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자, 이제 많은 음악들을 편하게 들어보자. 첼로...베이스, 재즈, 락,....
아마 위의 몇장의 음반을 통과하였다면 다른 음반들은 녹음이 제대로 되었다면 충분히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밸런스 (균형 : BALANCE)가 존재한다.
피아노가 피아노로 들려야 하는 밸런스, 드럼이 드럼으로 들려야 하는 밸런스.
나는 이런 피아노 소리가 좋다는 것은 억지가 될 수 있다.
물론 피아노마다 제각의 고유소리가 존재하고, 연주자에 따라 나오는 소리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가느다란 피아노가 좋다던가....저역이 부드럽다 못해 좀 뭉퉁하게 나오는 것이 좋다는 등의 주장은...
제대로 된 오디오를 하기 싫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단연코 이런 오디오매니아들은 오디오에 자금을 많이 쓸 이유가 없다.
Equalizer달린 구형 오디오 하나 사서 그것으로 뭉개고 펴고 마음대로 조정하면 될 뿐이다.
그래서 감동이 더 온다면 그것을 아니 할 이유는 없다.
오디오는 어디까지 취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은 밸런스가 잘 맞았을 때 우리에게 생각하는 것 보다 커다란 감동을 준다.
어찌 음악만 그리하랴?
세상 모든 것이 밸런스에 기초한다.
밸런스가 무너진 세상은 어지럽다.
우리나라는 너무 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는데, 남미에서는 이백년만의 추위로 수백명의 사람이 얼어죽고 있다.
밸런스가 무너진 것은 확실하다.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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