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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US FABER MINIMA VINTAGE

아르페지오 오디오샵 2010. 9. 9. 17:01

Sonus Faber Minima Vintage

 

 

 

   

 가을 들녘의 향기처럼 소리도 익어 가노니

 

                                                                                                                                    글┃김남

 

도대체 이렇게 작은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대편성의 오케스트라곡이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음장감으로 이런 소형기를 테스트한다면 그 사람은 어딘가 약간 착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될 것이다. 모든 곡이 섬세하며 치밀하고 우수한 입체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제 소누스 파베르는 한 장인이 구도의 심정으로 손수 깎고 다듬고 칠하는 소수 공방만이 아니다. 스피커 메이커로서 이미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뒤로 최고인 오마주 시리즈를 선두로 하여 여러 보급형 시리즈를 연이어 내놓은 지 오래다. 그러나 아무리 보급형이라고 해도 그 만듦새의 기본은 동일한 것이며 ‘같은 강물이지만 하류와 상류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물의 방향과 색깔은 같다’는 개념처럼 소리의 추구하는 방향은 신통하게도 같다. 바로 이 점이 소누스 파베르의 신뢰성을 높인 가장 큰 장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 소누스 파베르는 기본적으로 4가지 시리즈로 나뉘어 있다. 가장 상위급으로 오마주 시리즈가 있고, 그 다음이 크레모나 시리즈, 그 다음이 도무스, 그리고 새로 추가된 빈티지인데 여기에 해당되는 단 한 기종이 소개하는 미니마 빈티지이다. 미니마라는 기종은 이미 오래전에 출시되었던 기종인데, 한때 단종되었다가 빈티지 시리즈를 신설하여 우선적으로 여기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니마는 1990년대 초반에 출시된 제품으로 일렉타 아마토르, 그라비스 등과 함께 삼총사를 이루어 소누스 파베르의 이름을 높인데 혁혁한 공로자로 꼽혔다. 그 롱런을 계속해온 제품들이 일부 사라지기도 했는데 가장 막내인 미니마는 태어난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 빈티지라는 서브타이틀을 붙인 채 상당히 개혁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다른 제작사에서도 대부분의 제품들이 롱런 끝에 약간 개량이 되면 MK2라는 이름으로 버전업이 되든지 아니면 그냥 슬그머니 단종시켜 버리는데 예전의 이름을 그대로 단 채 다시 재탄생하는 것은 드문 예가 될 것이다.

우선 달라진 모습은 외형 크기가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온다. 크기가 상당량 커진 것이다. 높이, 가로폭, 깊이는 물론이고 우퍼도 11cm에서 12cm로 약 10%가 확장되었다. 예전 모델과 동일한 것은 트위터의 크기와 임피던스와 감도 정도. 주목할 만한 점은 무게가 종래의 6kg에서 무려 13.8kg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인클로저의 재질과 충실도가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주파수 대역도 종래의 저역이 70Hz였던데 반해 대거 내려가 55Hz까지로 저역폭이 증가했다. 이만하면 어지간한 8인치 우퍼의 수준과 맞먹는다. 크로스오버의 네트워크도 물론 개량이 되었다. 1차, 2차측에 정밀 개량이 실시되어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2kHz로 높아졌다.

인클로저의 겉보기는 정통적인 소누스 파베르의 멋진 형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쪽매김은 상판과 옆면이 모두 동일한데 4조각의 우아한 목재로 제작되어 있고 컬러도 예전과 동일하다. 이 컬러만 봐도 굳이 빈티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분위기가 우아하고 고전적으로 녹아 들어갈 것만 같다. 그만큼 고급화가 이루어진 탓으로 가격대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만듦새와 성능으로 견주어 볼 때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애호가들이 집에서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종은 어떤 것일까? 필자의 경우는 서재로 쓰는 방에 넣어두고 있는 작은 크기의 스피커이다. 방이 대형기를 넣어둘 만큼 크지 않고 서가들로 채워져 있는 벽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방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작은 스피커와 인티앰프 등이 내 애기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방이니만큼 소리에 잡다한 기대를 할 수도 없으려니와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설치를 해놓은 것인데 이제 점점 정겨움이 배어나서 집에서 음악듣기의 대부분이 이 기종으로 채워진다. 요란한 저역에의 노파심, 고역이 어떻고, 중역이 어떻고 그런 노이로제 같은 경계심도 없이 책을 읽으며 신문을 읽으며 뒹굴 때 이 소형기의 아늑함과 허물없음이 가슴에 포만감을 이뤄준다. 소리를 줄여달라고 와이프가 쫓아오지도 않고, 전화가 와도 알지도 못하고, 현관에서 하염없이 차임벨이 울려도 듣지 못하고 있는 대형기의 음악듣기와는 아예 다른 것이다.

대형기로 음악을 듣는다면 이미 그 순간부터 음악이라는 편안한 취미는 상당량 역할이 제거되고 소리 듣기의 탐욕이 항상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아, 여기서 저역이 더 나와 줘야 되는데, 여긴 왜 소리가 꺼지는가, 그런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음악듣기의 취미를 이어가고 있는 불행한 시간이 빠지지 않고 따라붙어 있는 것과 달리 소형기로 듣는 시간은 처음부터 대음량으로 듣겠다는 발상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심지어 어떤 때는 TV 영화를 보면서도 음악을 함께 걸어 놓게 된다. 물론 TV의 볼륨은 줄여버린 채로이지만.

사람은 욕심이 없어져야 비로소 진실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만 실천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따름이다. 근래 들어 부쩍 음악이 좋아지면서 그만큼 더 가동이 많아지는 것이 이 소형기 시스템이다. 파워도 18W밖에 안 되어 전기세 부담도 없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윤곽과 맛도 거의 다 내준다. 다만 쾅쾅거리는 음장감에서 대형기와는 다른 맛을 내줄 뿐 그런 맛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의 실체감은 더 정확하게 내주는 것이 확실하다. 아마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소형기로 시작했다가 소형기로 돌아가고 만다. 이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뿐일까?

소형 스피커의 크기들이 평균 8인치 우퍼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형 스피커들의 태반은 북셀프라 불렸다. 그냥 서가에 책의 한 권처럼 넣어두고 고급 라디오처럼 편안하게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북셀프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없다. 이래저래 살금살금 커지면서 대형기나 별 다름없는 음장감을 내기 위해 별의별 테크닉이 다 동원되고 있는 시기가 되었다. 이것은 상술에 불과하다. 멋지고 깜찍한 진짜 소형기. 이제 누구에게 보이고 말고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면 된다.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듯 음악은 편안하게 들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차츰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미니마는 그런 의미에서 북셀프와 거의 유사하다. 방 어느 곳에 세워놔도 존재감이 앙증맞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돈이 그득하게 들어 있는 가슴속의 가죽지갑처럼 보인다. 자신의 지갑을 누구에게 함부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앙증맞으면서도 마치 유럽 고성의 소년 왕 같은 스피커를 울린 앰프는 패스의 A급 30W짜리. 감도가 낮기 때문에 대출력으로 울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망설였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빈티지라는 이름이 걸린다. 왜 굳이 빈티지라는 타이틀을 달아 놓은 것일까? 고색창연한 소리로 튜닝해 놓았다는 것일까? 그것은 약간의 기우였다. 소누스 파베르가 갖고 있는 사운드의 개략을 약간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은 스피커 역시 훌륭하게 그 정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대편성의 오케스트라곡이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음장감으로 이런 소형기를 테스트한다면 그 사람은 어딘가 약간 착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될 것이다. 모든 곡이 섬세하며 치밀하고 우수한 입체감에 휩싸이게 된다. 품위 있게 잘 빠지는 음상이 마치 봄이나 알맞게 익은 가을 들녘의 향기를 내뿜어준다. 가장 작은 소누스 파베르이지만 가장 농밀한, 전통적인 소리의 응축이 있다. 대형기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접근할 수 있는 고차원적 완성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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